아... 그대 그렇게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오만이 극에 달한 인간의 입으로는
차마
그대에게 드릴 사죄의 말이 없습니다.
그대
육백여 년의 그 큰 기다림으로
반만 년의 혼을 이어가는 한가슴으로
품으며 다독이며 함께 웃으며 눈물 흘려 온 세월을
한순간 아무 것도 아닌 허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왜적의 침략
병자년 난리앞에서도
동족의 피비린내 앞에서도
의연히 살아야 한다고
가난하고도 비루한 생명
그나마 이어가야 역사가 된다고
맞고 깨지고 찢어지면서도
그렇게 지키고 섰던 자리에서
그대 너무도 무참하고도 허망한 죽임을 당했습니다.
울분이 하늘을 뒤집어도
눈물이 강을 이루어도 이미 떠난 그대는
긴긴세월을 품은 가슴 숭례문(崇禮門)
소지 한 장앞세움도 없이 허허바다로 떠났습니다.
육백년
그대 생의 열반은
죽음마저 숭고해 다비의 불꽃이였습니다.
이제 그대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노니
육백년의 그 세월 아픔도 설움도 슬픔도
모두 품어 안은 가슴 불길로 다 태우고 고이 가시라.
부디 고이 가시라.
- 예를 숭상하는 마음을 앞세워 눈물로 그대를 배웅하며...
풀꽃
우리 문화재의 현주소를 각성하며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 음반 중 한 음악을
숭례문에 대한 진혼곡으로 대신하여 올린다.
정태춘/인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