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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던 지름길. 이젠 그 지름길 벗어나 돌아가는 길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풀꽃들과 같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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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쓰다'에 해당되는 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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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5.06.12 솟대10
  3. 2005.05.18 찔레꽃20
  4. 2005.04.10 술 - 두견화38
2005. 6. 25. 01:33 찍고쓰다


어무이

무시로 지나치던 시골마을

담부랑 옆에

접시꽃이 피었데예.

오래 전에 어떤 시인은예

모진병으로 죽어가는 아내 옆에서

'접시꽃 당신' 이라는 시를 썼지예.

저는 오늘 아침 접시꽃 앞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압니꺼?

바로 어무이를 만났어예.

접시꽃 위로

뽀뿌링 나염 저고리에

까망 통치마를 입고 있는

삼십대 초반의 어무이가

꽃처럼 피어 있데예.

어무이

어제 아래어무이 찾아 뵙고 난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샘이 터져 혼났어예.

쓱 훔치고 신호등 보고 또

쓱 훔치고 했어예.

그 놈의 병 때문에

그 독한 항암치료를 열 번이나 받고도

잘 지탱하신 어무이인데

이제는 등허리도 굽어지고

단단하던살집도 내려

조그마해지신 내 어무이

어무이

어무이가 먼 길로 여행 떠나시고 난 후

제가 오늘처럼

접시꽃 앞에 서면

어무이도

삼십대 그 곱던 모습으로

이 불효여식눈 속에서

환하게피어 나실 거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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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풀꽃길
2005. 6. 12. 07:56 찍고쓰다


기다림인가

그리움인가

너를 향한 나의 응시는

오늘도 여전한데

돌탑인양 너는

어두운 무게로 돌아 앉았다.

길게 늘어 난 그리움이

유월의 산하를 유영하고

붉다 지친 기다림은

푸른하늘로 재가 되어 흩어져도

오직 내가 해야 할 것은

빈 가지 끝에 동그마니 앉아

오늘처럼 내일도

너를 생각하는 일 뿐이다.

- 너무 긴 잠을 잤다. 눈 비비고 일어나야 할 때...

이미지/충주호 기슭의 '제천 야생화 단지' 솟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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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풀꽃길
2005. 5. 18. 01:19 찍고쓰다


낙동강을 끼고 달리는편도 일차선의 강변 길.

시간의 흐름을 나 몰라라 잊고 있었더니

잠깐의 외출 길에 열차 길과 나란히 한

철조망 담벼락에 꽃사태가 벌어졌다.

하얀 찔레꽃에다 붉디 붉은 넝쿨장미가 어우러져...


허기(虛飢)

선잠에서 깬 아이처럼
문득 돌아보니
그대가 없는 빈 천지입니다

설움에 겨워
가슴 속 마저 빛 바래
그저 하얗기만 한 울음

얕은 비탈 수놓는
조팝나무 꽃이

바람에 향기로 날리는 이유
찔레꽃이 뽀얗던 이유

또한
그리움에 허기진 설움이더니

이제 발등 위로 구르는 눈물을 보세요
천지에 그대가 없음입니다
천지에 그대가 그득함입니다


오직 향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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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풀꽃길
2005. 4. 10. 00:26 찍고쓰다




익어서 붉어지는 것은
진리다.

봄꽃 피어 흐드러지고
불혹의 나이도
새삼 어지러이
春情으로 타올라라

손마디 굵은 아낙이 빚은
穀酒 한 잔
낮술로 걸쳐

아 -
이 몸도 傳說 안고 누워
골짝마다 타오르는
두견화 마냥
새빨간 피나 토할까나


- 사십대의 나이였을 때 썼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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