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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던 지름길. 이젠 그 지름길 벗어나 돌아가는 길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풀꽃들과 같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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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6. 25. 01:33 찍고쓰다


어무이

무시로 지나치던 시골마을

담부랑 옆에

접시꽃이 피었데예.

오래 전에 어떤 시인은예

모진병으로 죽어가는 아내 옆에서

'접시꽃 당신' 이라는 시를 썼지예.

저는 오늘 아침 접시꽃 앞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압니꺼?

바로 어무이를 만났어예.

접시꽃 위로

뽀뿌링 나염 저고리에

까망 통치마를 입고 있는

삼십대 초반의 어무이가

꽃처럼 피어 있데예.

어무이

어제 아래어무이 찾아 뵙고 난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샘이 터져 혼났어예.

쓱 훔치고 신호등 보고 또

쓱 훔치고 했어예.

그 놈의 병 때문에

그 독한 항암치료를 열 번이나 받고도

잘 지탱하신 어무이인데

이제는 등허리도 굽어지고

단단하던살집도 내려

조그마해지신 내 어무이

어무이

어무이가 먼 길로 여행 떠나시고 난 후

제가 오늘처럼

접시꽃 앞에 서면

어무이도

삼십대 그 곱던 모습으로

이 불효여식눈 속에서

환하게피어 나실 거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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