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21. 01:26
찍고쓰다
암병동
詩/풀꽃
삭풍에 마른 잎만 굴러
정처 없이 휘돌다
진토(塵土)되는 것인 줄 알았더니때로는 푸른 잎도
소용없이 꺾여
허물어지는 가벼운 삶이
연신 바스러지는 어깨 위에
추(錐)가 되어 달려 있는 시간들스스로의 몸이 스스로를 먹는
내가 나를 먹고
우리가 우리를 먹는 배반의 삶 위로
마지막으로 뜨는 해는
아침마다 창에 머리를 부딪고
저녁마다 가슴 안으로 진다이른 봄기운은 누구부터 깨웠던지
봄날 햇살 두께는 어떠했던지
기억조차 삼삼해 오래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려 하지만
봄은 너무 멀어 남은 기력으로는
다다를 길이 없다하여
이제 스스로가 봄이 되려한다.
잎 없이 피는 꽃잎의 거름으로
겨울눈 틔어내는 땅심으로 부활하는
봄이 되려한다-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