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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던 지름길. 이젠 그 지름길 벗어나 돌아가는 길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풀꽃들과 같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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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9. 25. 11:23 찍고쓰다

꿈이었을까

詩/풀꽃


꿈이었을까
떨어진 잎새 끝마다
깊어진 가을바람 안고
제 몸 찢으며 아스팔트 위로
바스락이던 스산함의 기억이

꿈이었을까
보름 달빛보다 더
뽀얗게 터져나온 억새꽃이
밤이면 시린 하늘 머리에 이고
별을 세던 기억이

꿈이었을까
그리움 깊은 영혼의 바닥에
강줄기 엮어 놓고
시작도 끝도 없던
반짝임으로 흘러 와
아스스 떨던 기억이

꿈이었을까
떠나 보내고 또 떠나 보내도
제자리 지켜 선
민들레의 설움 위로
하늘이 솟고 하늘이 가라앉아
다시 하나의 내일로 오리라
믿었던 기억이

꿈이었을까
물기 걷힌 대지 마냥
먼지 일던 가슴 속 켜켜에 자리해
넉넉히 흘러내려 주리라던
눈물의 기억이

꿈이었을까
삶이 죽음 되고 되살아
삶이 되어 온다던 이야기
귓속말인 듯 속살거리던 새벽녘
머리맡의 기억이

꿈이었을까

- myung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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