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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던 지름길. 이젠 그 지름길 벗어나 돌아가는 길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풀꽃들과 같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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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23. 00:24 다반사다

울비가 내리 사흘을 내렸다.

며칠 이어진궂은 날씨로 인해 몸과 마음이 우울증 같이 가라앉는다.

친구들을 만나서 나들이를 하고, 먹고, 자질구레하고 사소로운 것들로

수다를 떨어도 좀체 가벼워지지를 않는다.

윗녘에서 들려오는 눈소식이 겨울비 내리는 날의 무게를 더하고 있었다.

그래...

눈을 보고 오는 거야.

내 곁으로 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리라.

그리움이 손짓하는 곳으로 달려가리라.

고속도로에 애마를 얹었다.

그리고 양산 IC 에서 빠져나와 양산어곡공단 쪽으로 향해 달렸다.

어곡공단을 지나 하양대(배내골/영남알프스)로 난 길을 오르리라.

천주교 묘지를 거쳐 돌아가야 했던 길은 [에덴밸리] 스키장이 생기면서

우회하는 새로운 도로가 생겼다.

도로 아래에서 올려다 본 산정상엔눈안개 속으로희끗희끗 백설이 보였다.

고도 700m 가 넘는 고개까지경사도 10 도가넘는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그나마 쌓인 눈을 길 양옆으로 치워 제설이된 상태라예상보다는 쉽게

스키장과배내골로 넘어가는도로가 갈라지는 곳 까지 왔는데

이런... 배내골로 넘어가는 도로가 눈으로 인해 통제가 되어있었다.

하는 수 없이 스키장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고개의 정상부는 눈안개로 몇 십 미터 앞의 물체를 분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스키장의 안의 도로에 차를 정차시키고 내려서니 발목을 넘어 정강이까지

푹 빠지는 눈밭이다.

눈내리는 날 강아지와 아이들이 좋아서 날뛴다더니 지천명의 나이는

어디로 갔는지 바짓가랑이를 다 적시며 함박웃음과 함께 똑딱이를 들고 눈밭을왔다갔다...

눈밭에 서 있는 사진 한 장 가지고 싶은데 정작 설경 속의 나를 담아 줄 사람이 없다.

그러면 어떠랴.~ 눈안개 자욱한 너머의 설경만으로도 충분한 기쁨인 것을...



그리움은녹아방울이 되기도 한다.



그리움은 무채색의 유화로 나를 사로잡기도 한다.



그리움의 색은 이리도 짙은 아득함이었더라



눈안개.

뒷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좋다.

저 능선을 넘으면, 사라진 저 길의 끝에서 있는 이는 누구일까....



비상 깜박이등.

DANGER, SLOW충고를 받으면 그대는 어떻게 하실건지요...





여기에서 밀양, 배내골 길을 넘어 간다는 건 불가능.

애마를 돌려숨차게 올랐던 길을 2 단 기어로 살금살금 내려섰다.

그리고 원동 화제마을 가는 길로 다시 차고올랐다.

다행히 400 고지 정도의 길엔 비만 뿌렸다. 고갯개마루에서 바라 본 토곡산 꼭짓점

조금 아래로 언젠가 올랐던 복천정사가한 점으로 보였다.

낙동강을 왼쪽에 끼고 돌아 달려간 양산 배내골.

여기서 영남알프스 연봉이쓰고 있는 눈을 만나러 가리라.








눈안개로 너울을 쓴 가지산 연봉들은 그 모습 드러내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그리운 것은 한꺼번에 그 모습을 드러내려하지않는 법.



고도 624m눈이 내렸다.

자잘하게 조각난 그리움이

차창 밖에서 여리디 여린 손짓을 하다 지쳤을까...

눈물방울을 떼다 유리벽에붙여주고 있었다.

그리움은 손짓으로 불렀고

그리움은 온몸으로 그렇게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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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풀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