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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던 지름길. 이젠 그 지름길 벗어나 돌아가는 길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풀꽃들과 같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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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31. 22:57 다반사다

범은 토마토였다.

그것도 엄지 손톱만한 방울토마토 네 알.

오대산 산행이 있은 날.

단풍을 기대하고 갔지만 숲은 한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앙상한 빈가지에 동해 바다로부터 달려오는 바람을 백두대간의 숲들이 움켜쥐고

몸부림을 치고...

칼바람 앞에서 모자가 날고 나뭇가지 보다 먼저 사람의 입에서 "와와~" 소리가 터진다.

정상에서 조금 비껴난 자리에서얼음처럼 차가운 밥덩이로 허기를 달래고 하산하는 길.

자그마치 내리막이 10km다.울퉁불퉁 돌 위로 낙엽이 덮여 돌인지 허방인지 알 수가 없다.

몇몇 산객의 발이 돌 사이에 끼어 부상을 당했다. 옆에서들 부축을 하고 간다.

하산길 10km를 어찌 가려는지....

정상에서 20여 분 내려왔을까?

숲으로 들어서니 바람도 잔다. 경사로를 비켜난 곳에서 일행이 잠시 쉬어가자 한다.

그러고는 비닐봉투에서 내놓는 방울토마토.

안 먹는다고 손사래를 치다 자꾸 권하는 사람 민망하지 않으랴 싶어 집으니 네 알이다.

설마 어떠랴... 먹었다.

그리고 다시 하산길을 20여 분 걷는데 이런... 신호가 온다.

입술이 근질거리더니 붓기 시작한다. 혀도.. 그리고 손바닥 ,발바닥, 머리 밑...

제발 여기까지만 증세가 나타나고 멈췄으면... 간절한 바람도 소용없이 가속을 붙여 증세가 시작된다.

통증...

남들은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라고 하면 두드러기 정도로 생각하는데이건 참을 수 없는 통증...

혈관부종이다. 온몸이 터질 것 같은 통증.. 몸에 걸쳐진 옷이 스칠 때마다 통증은 날을 세운다.

산고에 버금가는 통증이다.

그 고통 속에가슴이 조여들기 시작한다. 기관협착이다.

숨을 쉬고 싶은데...아...숨길이 막혀든다.

그래도 걸어야지..하산은 해야지...몇 발자국 걸으니 앞이 하얗다.

잠시 주저 앉았다 일어나 걷기는 하는데 다리가 어디에 닿는지통증 땜에감조차 잡을 수 없다.

일행이 뭔가 이상하다는 게 보였는지 배낭을 벗겨간다.

숨이 막힌다. 119 헬기구조요청을 해야 할까...

몇 걸음 걷고 주저앉고가 반복이다. 제 시간에 주차장까지 갈 수 있을텐가...

지나다 표지목을 본다. 아직 7km...

폭포와 계곡의 절경이 화려하고위엄이 있다.

여기가 소금강이구나...호흡장애로 의식이 아득해진다.

어떻게 걸었을까... 오로지 정신력이었다.

예정시간 보다 20여분을 지나 도착한 주차장... 차에 타고는 순간 의식을 놓아버렸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종착역에 다다랐을 때쯤 증세가 완화되고 있었다.

차량에서 내려 곧 바로 달려간 24시간 문 열어 둔 약국. 뒤늦게 약 몇 알을 먹고는

그날 밤 자는 잠이었는지 죽음 같은 잠이었는지 모르게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친구들과 이미 약속 된 산행일이다.

지난 여름에 올랐던 밀양 억산을 다시 올랐다.

약속 파기를싫어하는 탓에몸이 안 따라가는 억지산행이다.

그렇게 억지산행을 마치고 그밤도 비몽사몽으로 보내고 다음 날 월요일 총알같이 병원으로 달려갔다.

특이체질...단순 알러지 체질과는 다른...

몇 개의 흡입제와 비상약품 그리고진단서가 첨부 된 처방전, (비상시에 자가 주사를 위해)...

60여 만원의 병원비 지출... 3년간 백신을 맞느라 굵어진 팔뚝을 주물러 주면서 간호사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일상이 그리 불편해서 어쩌냐고 염려다.

기관지도 부어 있는 상태, 혈관부종도 아직...

한 번씩 이러고 나면 진액이 빠진다고 표현을 하면 맞을까...

비상구급약품을 항상 지참하여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강하게 이야기를 한다.

주사는 위급시 허벅지에 그대로 놓으면 되고...

네...

이웃 블로거 님의 포스트에 밤 이야기가 있었다.

남들은 맛을 이야기할 때 난 그 과일 앞에서 두려움을 맛보고 있어야 하니..

밤... 밤 댓알 먹고 응급실행...포도 몇 개 따 먹고 응급실 행....

부실하게 세척한 상추 몇 잎 먹고 응급실 행...

쌀에도 알러지 반응이 있어 모조리 유기농에 무농약을 먹고 있지만

집 나서면 그게 어디 골라 챙겨 먹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보니 권하는 음식에 습관처럼 손사래가 붙는다.

모르는 사람은 까탈스럽다고 생각하지만, 난 목숨이 걸린 일이고 보니....에휴....

이게 뭐람?

겨우 방울토마토 네 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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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풀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