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풀꽃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던 지름길. 이젠 그 지름길 벗어나 돌아가는 길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풀꽃들과 같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Tag

2004. 9. 11. 11:54 찍고쓰다

첫사랑

詩/풀꽃

언제였을까
봄날 논바닥에 지천으로 피어나던
자운영 붉은 꽃마냥
쟁기질도 아니한 마음 한 곳에 피어나
홧홧 귓불 붉혀 대던
첫. 사. 랑.은

손수레 가득 실은 짐보따리가
곧은 신작로 위에서
점 하나로 살아날 때까지
텅 비어 가며 아리던 가슴이
끝내
핑그르 눈물 방울 만들었을 때
그때였을까

이사 간 그 아이의 까까머리 목덜미가
집 어귀 골목길에서 선듯선듯
헛것으로 보여 와 소스라치던 떨림이
가슴속을 흘렀을 때
그때였을까

다시 봄은 오고 또 오고
자운영은 붉은 색 꽃잎을 봄마다 피우는데

귓불 붉히며 홧홧 달아오르던 뜨거움도
세일러복의 단발머리 가시내도
까까머리 머시매도전설이 되어버린 지금

막막한 그리움으로 살아 있는 그때 느낌이

첫. 사. 랑. 이었을까

- myungsuk

'찍고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無明  (3) 2004.09.13
채송화의 노래  (7) 2004.09.12
연(緣) - 모기를 잡으며  (2) 2004.09.09
집착으로부터 - 詩  (1) 2004.09.04
침묵 - 詩  (2) 2004.09.04
posted by 풀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