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몰래 방안에서 주방에서.. 차 속에서... 눈물로 두 주를 보내고 결론을 내야만 했다.
수술담당과가 이비인후과였다. 늘상 약골인 내가 이비인후과와는 한참 친분을 맺어 온 터라
연세가 지긋하신 교수님께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챠트를 보자 하셨다. 그리고는
“지금 세포검사상 70%는 그렇게 보이는데... 그 나머지는 아닐 수도 있어... 99%가 맞다 해도
아닌 1%도 있어”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면 그말이나 이말이나 다 한가지인데, 그때 상황에선 절망 속에서 30%의
희망을, 아니 1%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의사님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덩치 큰 남동생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 해 가면서 90도 각도의 절을 열 번을 넘게 했었다.
효자인 남동생이었다. 어무이가 이번 일로 편찮기 몇 해전 동생이
“누야... 하루는 아침에 출근하다가 갑자기 어무이 지난 날이 생각이 나더라. 눈물이 흘러서
운전을 할 수가 있어야지... 눈이 벌게 가지고 출근하면 직원들 보기도 그렇고... 차를 길가에
세워 두고 차 속에서 한참 울었다... 그리고 진정 되고나서 회사 들어가니깐 11시가 다 되었더라”
(자영업을 하고 있는 동생은 직원들 보다 빨리 출근하는 성실함을 가지고 있다.)
어무이의 연세 때문에 집안의 어른들과 충돌도 있고 했지만 결국 어무이 선택으로 수술일을 받고입원을 하셨다. 어무이의 잠자리 까다로움을 아는 아들은 독실에다 어무이를 입원시켜 두고는
아침저녁으로 들락거렸다.
병실 바닥에다 우레아폼으로 만들어진 알파벳 퍼즐깔개를 깔아 두었는데 수술 이틀 전 날 동생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상품을 건다. 상품은 현금 5000원.
게임은 알파벳 순서대로 밟기 해서 누가 빨리 끝내느냐다”
중3 중1 녀석 둘이 좋다며 여기저기로 뒤섞여 깔려 있는 깔개 위의 알파벳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침상 위의 할머니는 하하 호호~
결국 몸이 조금 가벼운 큰 녀석이 이기고는
“아빠~! 상금 주셔야지용~”
"상금을 원하나? 상금 주까?”
아이들은 아빠의 맘을 알았고 대번에 “아뇨~”참 동생이 든든해 보였다. 수술을 앞 둔 어무이 맘이 내색은 안하시더라도 얼마나 불안하시랴 싶어...
손주들의 재롱으로 효도를 하고 있었던 거다.
- myung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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