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 작은 손바닥엔
온 우주가 들어 있었지
마치 남자애들 호주머니 속에서
자그락이던 구슬처럼
우린 우주를 가지고 놀았지
하늘 땅 바다 해 별 꽃 달
어느 하나 놀잇감이 아닌 게 없었거든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터서 피맺힌 손등
소죽솥 뜨끈한 물에 넣어 불리거나
밤새 모인 식구들의 요강 속 오줌
따끈히 데워 손 불려
계집아이 치맛폭에 싸안고 있던
공기놀이 돌멩이 하나로
쓱쓱 문지르고 나면
터슬터슬한 사이사이 매끈히 드러나던 손등살
엄마는 그 손등에 화아~한 안티푸라민을 발라주셨지
왜 이때쯤이면 꼭 이런 기억들이 나니
스케이트
짚불에 태워먹은 나이롱양말
말타기 하다못해 다망구까지...
그때 땅바닥에 우주를 그리고 땅따먹기를 하던 아이들
그때 둥근 우주 속에 구슬을 굴려 넣던 아이들
그때 돌가루포대로 딱지 접어 치던 아이들
그때 어미자로 새끼자를 쳐서 우주의 공간을 가로질러 그 길이를 재던 아이들
그때 해질녘 집집마다 뽀얀 연기가 오를 즈음이면
영실아~ 상구야~ 민자야~~~!
골목으로 들판으로 퍼져나가던 엄마 목소리
밥 먹어라 부르던소리 우리엄마 목소리
목욕탕 가기
명절이 오면 꼭 치러야 했던 의식 중의 하나, 목욕탕을 가는 일.
탕과 보일러실 사이 조그만 문에다 대고 찬물~ 따쓴물~ 소리질러
물의 온도를 조절했던 시절... 때론 두 손바닥을 몇 번 치느냐에 따라
더운물과 찬물이 번갈아 나왔었지...
영화구경.
어른들은 명절이면 그렇게 영화보러를 가셨지.
마치 연례행사인 양....
용용죽겠지~
이 단순한 놀이가 훗날 그리움이 될줄이야.....
스케이트.
판자에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에 굵은 철사로 날을 만들었어.
꽁꽁 언 논바닥에서 해똥구멍이 막히도록 우린 얼음지치기에 빠졌지.
얼음 박힌 손등이 터져 피가 배어도.....
손수레 목마.
손수레 목마 아저씨가 동네에 들어오면 그저 좋았지.
스프링 쿨렁대는 목마를 탔건 못탔건 그건 별 의미가 없었어.
졸졸 따라다니는 것 만으로도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이었으니깐...
말타기.
우린 이렇게 서로의 몸을 부딪혀가며 체온을 나누고 정이 들어갔지.
순수하던 저 웃음들 지금은 우주 어느 공간으로 흩어지고 이토록 깊은 그리움만 남았을까......
고향생각/테너 박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