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리고 며칠이나 지나서였을까?
중부내륙고속국도를 타고 이천까지 이천에서 다시 영동고속국도를 타고
새말나들목을 빠져 평창 쪽으로 들었다.
눈, 눈,
그야말로 천지가 눈밭이었다.
눈이 시어 햇살 아래 똑바로 볼 수 없을 만큼 하얀 천지.
아랫녘에선 귀한 설경에 그냥 우와~ 와~ 소리만 질러댔다.
42번 국도.
평창을 향해 내려가는 길목 왼쪽으로 하얀 눈을 함빡 쓴 가리왕산이 그 높이와 몸집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평창을 지나 이어지는 42번 국도를 그대로 타고 정선으로...
아무런 연고도 인연도 없는 이 정선을 퍽이나 좋아한다.
언젠가 꼭 돌아가야할 고향 같은 정선...
그래서일까. 네댓 번은 찾아 온 것 같다.
눈 속의 아우라지는 접어두고 화암약수를 찾았다.
화암..가을이면정말 그림이 되는 풍경이다.
화암약수, 철분이 함유된 천연탄산수다.위장병이나 빈혈 등등... 에 좋다하니
어찌 한모금 마시지 않을 수 있으랴.
생수 패트병을 비워 약수 한 병을 담았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도...
몸은 통통인데 병원에선 빈혈이 있다했다.
빈혈에 효과가 있다는 약수 마시고 또 마시고....
화암에서 424번 지방도를 타고 35번 국도와 잠시만났다 다시 이어지는 424번 지방도를 타고
삼척쪽으로 향했다. 왼편으로 청옥산과 두타산이하얀머리로 푸른하늘을 이고 있었다.
죽서루를 채 못 미치는 곳에서 7 번 국도로....
7 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는 길 남근을 깎아애랑낭자에게 바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한다는
삼척 신남의 해신당은 그냥 지나쳤다. (실은 몇 해 전 갔던 곳이라...)
그리고 조금 더 내려오면 원덕이다.
나의 태백기행은 주로 원덕이 시작점이 되었다. 삼척 죽서루 오십천을 따라 오르기도 했지만...
원덕 삼거리 상점에서 따끈한 도시락을 사서 신리재를 넘기 전 계곡에 앉아먹는 맛이란
진수성찬의 맛이 따로 있던가 싶을정도이다.
울진에서 다시 36번 국도를 타고 불영계곡과 통고산을 지나 917번 지방도를 타고
그 끝에서 다시 연결 된 88번 국도.
몇 해 전88번 국도의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때, 백암온천지구에서 오른 적이 있었는데
노폭은 좁은데다 쉬임 없이 이어지던 모롱이들....구절양장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오름의 경사가 심해 도로보다 하늘이 바로 보여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길이었다.
오르는 왼쪽으로 보이는 백암산엔 금강송(춘양목)이 쭉쭉 뻗어그멋스러움을 자랑했지만
눈길 한 번흐트렸다가는 까마득한 절벽이니감히 구경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구주령까지 올랐다 다시 백암으로 되돌아왔던 길인데 정말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느낌의 길이었다.
그 길을 오늘은 거꾸로 들어가고 있는 거다.
88 번 국도에서 해안으로... 다시 7 번 국도....의 끝 부산.
이렇게 설경 속의 여행은 끝이났고 이젠 똑딱이에 담겼던 흔적들만 남았다.
이 순간 가슴은 지금도 여전히여행길 위에 섰다.
설경
하이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색과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