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초하루.
달력을 넘기고 일정을 훑어본다.
우선 순위부터 동그라미를 치고 일정을 몇 자 적어둔다.
`하루도 빤한 날이 없다.`는 말이 있던가.
참으로 빤한 날이 없다. 두 세가지 일이 겹쳐지는날도 더러있다.
휴식... 정말 푹 쉬고 싶다.
지리산 바래봉 산행이 있는 날인데 약속을 어기고 종일을 방안에서 뭉그적거렸다.
며칠 전`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 바쁜 내 모습을 지켜보던
초등 동기가 저녁을 사겠다고 연락을 했다.
링거 주사를 맞고는 송도에서 약속장소인 광안리로 달려가
친구들과 어울려저녁을 먹었다.
병원 뛰어다니는 게 안스러워 보였던가 보다. 고마웠다. 친구들이...
저녁을 산 친구가 `엔돌핀`박사로 유명한 의사의 `건강에 관한강의` 시디를 준다.
친구들의 마음 씀씀이가고마움의 두께를 자꾸 더한다.
과식으로 부른 배를 안고 서서 보는 광안리 밤바다.
해변가 건물에서 쏟아낸 불빛들이밤바다의 잔잔한 수면위로 내려 앉았다.
광안리의 밤은 아름답다.
한 때 우리의 청춘도 저토록 화려했지.
우리다 살다 떠나고 나면내삶도 물빛에 아롱이는 반영처럼 고울까.
밤바다는 공연한 상념을 자꾸 불러 일으켜 세운다.
모래밭 어디쯤에 청소년 시절 캠프를 와 누렸던
첫 외박의설렘과 기쁨으로빛나던 시간들이 여태 잠자듯 묻혀 있을까.
해변가 칵테일 바...화려한 붉은색의 kissof fire의향은여전히 달콤할까.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를 적어 건네주던그 사람도 가끔이 바다에서
그때를 기억해 낼까.
"이제 돌아가자." 소리에 이어지던 상념은 뚝 잘려나갔다.
밤바다 달콤한 상념에잠시기댄휴식은그렇게끝나버리고 또 다시 바쁜일상의 길에 선다.
'다반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풍경 (28) | 2009.05.11 |
---|---|
그대만큼 곱지는 않습니다만... (24) | 2009.05.05 |
석가탄신일에.... (13) | 2009.05.02 |
아~ 그걸 보셨어요? (40) | 2009.04.26 |
봄 새벽/춘효(春曉) (16) | 2009.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