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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길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던 지름길. 이젠 그 지름길 벗어나 돌아가는 길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습니다. 풀꽃들과 같이 노을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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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0. 2. 11:56 다반사다


아버지의 자그마한 사업이 시골의 일가붙이들을(재종, 삼종... 때로는 그 이상)

늘 집에 머무르게 하는 역할을 했고, 우린 ‘말 만한 가시나 - 재종 삼종의 자매’들의 손에,

그리고 집안 어른들의 손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언니들은 포슬포슬하고 알록달록한 천 스카프를 손가락 사이로 빙빙 돌려 매듭을 지어 내,

그 매듭 고리들을 솔솔 곱게 펼치면 다알리아 꽃 모양이 되곤 했는데

그걸 유치원 가는 내 머리 위에 핀으로 꽂아 주곤 했었다.

북한방송을 보면 어린애들이 머리에 꽃을 꽂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내 어릴 적에도 꼭 그랬다.

초등학교를 입학 해 오가는 길엔 ‘말만한 가스나’인 언니의 등에 업혀 다녔다.

미처 하교시간에 못맞춰 오면 난 학교에서 언니들이 올 때까지

선생님과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러니 ‘어무이’의 손이 거의 미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속에서 유년기는 보냈고,

그러다 아버지 사업의 실패로 인해 180도 달라진 환경 변화를 겪게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 왕자요 공주의 신세에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로 어머니는 삼남매의 부양책임자로 일선에 나서시면서

우린 `어무이’ 마저 없는 아이들이 되었다.

- myung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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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풀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