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완도
올 들어는 두 번,재작년 남도 여행길에 찾았던 것 까지다하면 세 번째밟는 길이다.
처음엔여행이 목적이었고 그 다음엔 사찰 나들이, 이번엔 산행이 목적이다.
이상기후로 장맛비라고 하기보다 차라리 우기(雨期)라고이름하는 게더 맞을 것 같은 여름비.
빤한 날이 있었던가 싶게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주춤한 날, 빗나가기가 일쑤인 일기예보를
그래도 믿으며 오후에는 개인다 기에 완도 상황봉을 찾아 나섰다.
자그마치 네 시간 여를 달려 상황봉 산행 들머리로 잡은 `대구미 마을`에 닿았다.
상황(象皇)봉이란 이름은 `코끼리 중의 황제`라는 뜻으로
청해진을 설치한 장보고가 자신을비유해 그리지었다고 한다.
이번 상황봉 산행은 201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다는완도의 지붕 능선종주가 되는 산행이다.
대구미 마을에서 들어선 등로는 다섯 개의 봉우리 중 첫 봉우리인 600m 고지 `쉼봉(심봉)`을 향해
차고 오른다. 아침까지 내린 비로 습도가 높아져있어 숨소리가 여느 때 보다 거칠어지고
첫 가풀막에서 온 몸은 땀으로흠뻑 젖는다.
이어지는 가풀막을 45분 여 올라 뒤돌아 본 풍경과 능선. 높은 습도로 시야가 흐려 청명치 못하다.
쉼봉까지는걸어온 시간만큼 더 걸어야 한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또 걷기....
쉼봉(600m)을 거쳐 오른 상황봉(644m).
산행도에는 들머리에서 110여 분이면 상황봉에 오른다고 적혔는데20여 분 더 걸려 올랐나 보다.
정상에서 바라 보리라 했던다도해의 섬들이 그 모습을 운무 너울 속에 감춰 안내판의 그림으로 대신해야 했다.
밥을 먹고 하느재로 내려서는 길에 돌아 본 능선 길.
상황봉이 그 새 멀리 가 섰다.
수시로 변화하는 일기는어느 순간 슬그머니 바다를 펼쳐 보여주기도 했다.
상황봉에서 숙승봉까지의 능선 5km 구간의 중간쯤에 앉은 백운봉.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복용약으로 인해 뻥튀기 된 모습이어도 나이기에....
업진봉을 지나 마지막 봉 숙승봉.
숙승봉은 멀리서 보면 노승이 잠 든모습을 하고 있어 그리 이름했다 한다.
업진봉- 백운봉-숙승봉 까지의 산길은울창한 동백나무 숲길인데 그 숲이 얼마나 짙던지 한낮인데도 컴컴하다.
숙승봉에서의 하산길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
아침까지 비 내린 산길의 심한 내리막은 방심하면 미끄럼틀(?)이 된다.
내 뒤를 따라오던 산객은미끄러져 내 셈으로일곱 번씩이나엉덩방아를 찧었다.
쉼봉-상황봉-백운봉-업진봉-숙승봉
꼬박 다섯시간 반 동안 산마루금을 밟았다. 다도해 조망이 시쳇말로 `끝내준다,`는 산능선을 걷고도
그 끝내주는 광경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