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아픔& 첫 슬픔
<나는눈물이없는사람을사랑하지않는다나는눈물을사랑하지않는사람을사랑하지않는다>
이 글은 오래 전 한 통신사 자신의 프로필 ‘하고 싶은 말’에 씌어 있던 글이다.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들고 나온 구절이기 도하다.
난 눈물이 ‘엄청스레’많은 사람이다.
눈물이 많은 내게 주위의 모든 것들이 눈물을 쏟을 수 있도록 해줘 하루에 적에도 서너차례씩은 운다.
한 TV 의 ‘아침마당’이란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한 눈물은 그 이후 방송사들의
어줍잖은 이야기 속에서도 찔끔거리고, 아침 신문을 읽다가도 찔끔거리고,
책을 읽다가도 한구절에 묶여 울기도 한다.
울음이야 세상과 만나면서 터트린 첫 언어이니 자라면서 오죽이야 울었을까.
유아기나 유년기엔 자기불만의 표현이 다 눈물로 표출되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눈물의 의미 아니 슬픔의 의미를 가지고 꺼억꺼억 소리내어 울었던 건
내가 일곱살때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봉선이와 아나’란 만화에서 찐하디 진한 슬픔을 보면서였다.
어렴풋이 기억 되는 내용은 6.25동란 전후 시대의 아픔을 담은 이야기였는데
‘봉선’이가 전쟁고아 소녀였고 ‘아나’는 소녀의 가장 가까운 동무 고양이였다.
봉선이가 아나와 함께 역경 속을 사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고, 이야기로 보면서
마음이 아파서 슬픔이 된다는 것을 처음 느낀 것이었다.
일곱살 짜리 계집아이를 앉은뱅이 책상 모서리에 엎드려 ‘엉엉’ 소리내며 울게 만들었던,
첫 아픔과 슬픔을 안겨다 준 ‘봉선이와 아나’와 그 만화를 엮은 작가 ‘권영섭’ 과의 만남은
40년도 훨씬더 지난 지금까지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도 자라면서 많은 만화를 섭렵했지만 만화로 인해 더 이상 울지는 않았다.
<봉선이와 아나> 나의 첫 아픔이고 나의 첫 슬픔이었다.
-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