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사랑
이틀간의 사랑
- 풀꽃
그랬다.
이틀간의 사랑...
그 사랑을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현관문만 열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과,지금 이별을 하고 오는 길이라는 생각이 교차되어 머리를 어지럽힌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본 건 떠나버린 흔적만이 어두운 방안에 어지러이 널려있다.
떠나버린 흔적 지우기를 했다.
내 작은 공간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다 쓸어모아 큰 빨래대야에 세제를 풀고 담그면서도그 순하고 맑은 눈동자가 잔뜩 장난기를 품은 채 옆에나 등뒤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순간 착각을 한다.
녀석이 내게로 온 건 이틀전의 일이다.
빗질도 제대로 안된 몸에다 싸구려 향수를 머리가 아프도록 잔뜩 뿌리고 있었고이름은 두루마리 화장지 이름과 같은 `뽀삐` 라고 했다.
`시추` 그 녀석의 종류를 일컫는 이름이다.
맑고 검은 커다란 눈과 앙증스레 붙은 코...오래 전 떠나보낸 `란`이란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와 꼭 같은 모습이었다.
싸구려 향수를 씻어내느라 목욕을 시키고 녀석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또리`
그리고는 그녀석이 새로운 이름`또리`를 시도 때도 없이 불러 새 이름을 기억 시키려 했다.
`또~리!` 어디서 부르건 녀석은 졸래졸래 꼬리를 흔들며 배운지 한달 반밖에안된 걸음걸이로 달려오곤 했다.
녀석을 안고는 콧소리는 내가 해대고....
“왔져어~~! 아이구 예뻐... 또리 예뻐~ ”
근데 첫날밤에 녀석의 움직임이 이상스러워 온몸을 살폈더니
‘이런...’ 온몸에 불긋불긋 발진이 돋아있고 가려워서 녀석은 어쩔 줄 몰라했다.보내 온 집에다 녀석이 피부병을 한다고 했더니 데리고 가겠단다.
그러면서 ‘정들이지 마세요’란 말까지 해준다.
‘참~ 정이란 게 안들이겠다고 맘먹어서 들지 않는 것이라면...
이미 녀석과 눈을 마주하는 순간 정이 들어버린 걸...‘
그래도 치료해서 보내겠다니 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보낸다는 게 영 맘이 불편해 동물병원부터 애완견과 함께 살고있는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 물어보니 한결같이 하는 얘기들...
“피부병 치료는 오래 걸린다. 1~6개월까지...”
“그래? 난 애들 키우면서 피부병 하는 애들은 한 녀석도 없었는데....”
어쩌나 하고 잔뜩 걱정을 하고 있는데“띠리리링링~!”
“여보세요. 네.. 어무이~ (친정어머니) ... 네..네.. 그러셨습니꺼...네..”
이야기가 한참인데 또리 녀석이 장난감 꼬마 강아지를 가지고 장난하느라 ‘콩~콩~!’ 짖어 댄다.“야야아~! 이기 무슨 소리고? 강아지 소리 아이가?”
“ ....... ”
“야가~ 참말로.... 니 알러지백신 맞느라고 돈 들이고 시간 들인게 언젠데 또 개고?”
“.........”
“당장 보내라이~ 알러지 때문에 그리 고생하고도 야가...~”
거의 2년에 걸쳐 알러지백신을, 그것도 영국에다 주문해서 마지막 주사를 맞은 게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딸이 알러지증세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인 개를 또 데리고 있다는 게
어무이는 못마땅하셔서 야단을 치신다.
이틀 후 녀석을 데리러 오겠다는 사람은 오지도 않고난 이미 해둔 다른 약속 때문에 안절부절인데....
“띠리리링~!”
“여보세요~... 아~! 언니야~! 응? 어.. 어.. 어무이가 전화하셨더나?”
“그래... 빨리 데리고 아파트 입구로 나온나... 준이 차 보냈다..”에구... 어무이가 개를 수십마리씩이나 키우는 고종언니에게 그새 전화를 하셨나보다.
고종 남동생이
“누님은... 외숙모한테 야단 맞을 행동을 와 하요?
건강 다 좋아지고 나서 강아지 키아도 얼마든지 키울낀데...“
언니집에 도착하자 말자 녀석의 온몸을 살피던 언니는 약병들 속에서 하나를 찾아주사기에 뽑아서 그 어린 녀석의 목덜미에다 찔렀다.
녀석은 낑낑거리더니 곧 잠에 빠져들었고... 언니와 난 까마득히 해묵어 먼지 앉은 기억들을 들춰 내울다가... 웃다가...저녁밥을 언니집에서 먹고는 돌아와야 하는 시간.
이런저런 얘기로 울적해진 언니가 요것조것 내 먹거리를 챙기면서 또 훌쩍인다.
얼른 분위기를 바꾸려 성급히 녀석에게 인사를 건넸다.
“또리~ 빨리 나아라... 또 올게.”
그렇게 이틀간의 사랑에 이별을 고하고 다시 돌아 와 문을 여니 녀석이 없어 드는 이 적막...
연이어 싸아하니 아파 오는 마음....
- 나 이틀동안의 사랑 후유증이 가시려면 한참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아...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