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귀 빠진 날

풀꽃길 2004. 9. 30. 03:10

지난 해 생일날 남동생의 딸아이들이...

- 고모~~~ 지금 바로 길 건너 까르푸로 오세요. 입구예요~ 지금 바로요~~~

추석날을 이어 다음날이 생일인 탓에 명절인사 차 들른 친정에서 생일을 거의 매년

챙겨줘 먹는 편이다. 올케가 차려 준 생일상을 물리고 과일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데

날아 온 전화였다.

-엉~? 그래 알았어...지금 바로? 그래....갈게~~

고모와 질녀 간이지만 우린 거의 친구사이처럼 만나면 조잘조잘... 하하호호..

킬킬거리느라 다른 姓을 가진 여인들(친정어머님과 올케)의 약간 시샘어린 시선도

감수 해야할 때가 종종 있을 정도다.

아파트 큰 길 하나 건너 찾아간 매장 입구.

조카들이 입구의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테이블에서

- 고모~~~!! 여기예요~~!!!

아이구 이런.... 앙증스럽게도 만들어진 생크림 케이크가 테이블 위에 터~억

자리를 하고 옆에는 화려한 포장지에 싸인 사각상자가 두개 놓여져 있다.

케잌 위에 양초를 주르르 꽂고 불을 붙이더니

- 고모~~! 한숨에 쏴~악~~~~!!!

분위기 맞춰 거친 심호흡 한 번에 쏴~악 끄는 순간....

- 생신축하합니다♪~~~ 생신축하합니다 ♪~~~ 사랑하는~~~~~

세상에... 성악을 공부하는 둘째 놈이 그 큰 목청으로 매장안이 워렁워렁 하도록

축하노래를 불러댄다.

쇼핑을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좌르르륵 쏟아지고...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보내주는 박수...

갑자기 박수에 목례로 인사를 하다보니 이건 황당한 스타(?)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 사각포장의 선물이 전달되고...

- 우리 아르바이트 해서 준비한 거라 좋은 건 아니예요...

다음에 우리 어른 되면 고모 좋은 선물 해 드릴게요~~

이 흐뭇한 생일축하... 거의 30년의 나이 차를 두고 있는 고모와 조카들의 모습이랍니다.

* 오늘도 친정에서 생일 챙겨 먹고 온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