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엄마가 없는 아이 - 하나

풀꽃길 2004. 10. 1. 12:29

엄마가 없는 아이.
내겐 엄마가 없다. 계신다면 ‘어무이’뿐이다.
처음 말 배우기 때부터지천명을 사는 나이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의식 속에서도 떠올려지는 어머니는 ‘엄마’가 아닌 ‘어무이’다.
우리 삼남매 중 ‘엄마~’라고 부른 녀석은 불혹을 살고 있는 막내뿐이다.

그 아이(여동생)도 나이 드니 호칭이 ‘어무이’로 바뀌어 버렸다.

‘어무이’ ‘엄마’ 지역적인 토속어에서 오는 호칭일 뿐이라고

말해 버리기엔 너무 다른 함축성을 가진 두 단어다.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그랬다.

‘엄마~~!’는 언제나 투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때론 적당한 어거지를 부려도 늘 받아 줄 수 있는.....

그러나 ‘어무이’는 달랐다.

‘어무이’ 뒤에는 늘 공대어가 따라야 했고, ‘... 그건 아닙니더... 이런 건 데예...’

등의 자기표현은 어른께 대한 변명이고 말대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바로 아래 남동생과 난 ‘어무이’와의 관계에서 거의 ‘네.. 아닙니다.’란 최소한의 대화만 있었다.

유아기부터 유년기 까진 나와 남동생은 거의 집안의 아이로 자랐다.

다른 아이들처럼 ‘어무이’ 품속의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따뜻하고 넉넉하긴 아버지셨고 ‘어무이’는 도덕교과서였으며 엄하기가 이를 데 없으셨다.

오죽했으면 어릴 적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아부지~~~~ 아부지~~~~’하고 울어

고모님한테 애가 울면서 ‘아버지’를 찾는다고 야단맞기까지 했을까.

- mung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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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은 이야기일런지도 모른다. 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가족에 한 한 일이기에

하지만... 그 사소한 것들을 주절거려 보고 싶음을 어찌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