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엄마가 없는 아이 - 셋
풀꽃길
2004. 10. 17. 23:06
겨우 걸음마를 하고 고개를 숙일 줄 알게 되었을 때 배운 절
(우리집은 며칠간의 출타 인사법이 절이었다)은 방학 중 외가를 가기 위해
혹은 며칠 ‘어무이’ 곁을 떠나기나 할 때엔 “엄마~ 갔다 올께요~!” 가 아닌,
방 문지방을 넘어서지 않은 마루에서 절을 드리며 “어무이... 다녀오겠습니더”로
인사를 해야 했다. 그리고 뒤이은 어무이의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너라”는
말씀이 끝나야 “네”하고 일어서야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 다시 ‘어무이’를 뵈면 갈 때 가졌던 의식(?)을 또 한 번 치러야 했다.
“어무이 제 다녀왔습니더” 그리고 어무이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마칠 때까지
꿇어앉아 있어야 했고, 이것저것 물을 것 다 물어 보신 어무이가 “인자 니 할꺼 해라”
그러셔야 “네”하고 자리를 일어섰고 방문을 나갈 땐 여자인 나는
엉덩이를 보이고 나가선 안되었다.
그러니 어찌 어무이 앞에서 투정이라고 해보았으랴.....-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