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는 아이 - 넷
그러던 어느 날 난 어무이로부터 참으로 모진 매를 맞은 적이 있다.
어무이는 비단실로 참수(전통자수)를 놓기도 하시고 불란서수 라고해서
천에 십자수 놓기도 즐기셨는데,
-그때는 여느 집에도 거의 흰 옥양목에 모란을 수놓은 횃대보가 방 한쪽 벽에 쳐져 있었다.-
삼단으로 된 사각 칠기나무 상자가 어머니의 반짇고리였다.그 반짇고리 안에는 중국서 왔다는 몇 타래의 윤이 나는 색색의 비단실과
여러색을 땋아 엮어 논 실타래들이 골무랑 바늘쌈지랑 같이 상자마다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반짇고리 안의 수실들이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이다.
당연히 수실들의 행방에 대한 물음은 큰 여식인 나에게 떨어졌고
사실 난 전혀 그 수실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알 수가 없으니
그저“ 잘 모르겠습니더”로 답할 수밖에.....
어무이는 아예 나를 ‘수실 실종사건’의 진범으로 몰아가셨고 그저 속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은 나는 “아입니더... 진짜 모릅니더...”로 일관했다.
어무이는 “니가 거짓말을 하다이~ 바른대로 말해라. 우쨌느냐”어머니의 오른손에 쥐어진 대나무살 회초리가 휘잉휘잉 바람을 가르며 내 종아리에 날아들었지만
내 입에서는 “모릅니더... 모릅니더...” 그 소리뿐이었다.
어머니는 거짓말을 한다고 대노하셨고 - 사실 주위에서 ‘저 애는 저거 엄마가 화약을 지고불에 들어가라 해도 “네” 할 아이다’ 그런 소릴 들을 만큼 난 요샛말로 예스맨이었다 -
“모릅니더”로 버티는 동안 내 종아리는 댓살 회초리가 지나간 자국이 터져 피가 흘렀다.
-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