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엄마가 없는 아이 - 여섯
풀꽃길
2004. 10. 19. 23:37
그날 밤 잠자리에 들어서도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꾸욱꾸욱 울음 삼키다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어렴풋이 누군가 내 다리께의 이불을 걷어 내는 것 같은 느낌에 살며시
실눈을 떠보니 어무이셨다.시퍼렇게 멍든 내 다리에 맨소리다마(맨소래덤)를 발라 주고 계셨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것도 성인이 되어서 그날의 수실실종사건에 대한 전말을 알게 되었을 때
어무이는 내게 “아이믄 끝까지 아이라하지.... ” 괜히 허위진술(?)까지 강요당하면서
아팠을 딸의 맘에 미안한 듯 겸연스러워 하셨다.
그날의 수실실종사건 전말을 이랬다.
지금은 네 아이의 아버지고 자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는 남동생이 범인이었다.동생은 그날 딱지치기에서 딱지를 다 잃어버리고 집에 들어와서 어무이의 반짇고리 속의
수실을 생각했고, 그 수실을 친구들에게서 딱지와 바꿔 딱지치기 했었는데...
잃은 딱지보다 훨씬 더 많은 딱지를 땄고, 다시 그 수실을 찾아 어무이 몰래 반짇고리에넣어 두면 된다 하고는 집으로 들어오니 그 난리가 나고 있었던 거였다.
바깥에서 들으니 이미 누야(누나)가 수실을 없앴노라 자백 중이었고
그 수실을 들고 들어 왔다가는 저도 누야처럼 매 맞겠다 싶어 동네 옆을 흐르는
큰 고랑에다 갖다 버리고 말았다는 거였다.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날 고문조작(?)사건 이후 25 여 년을 넘긴 뒤에 알게 되었고,그 동안 나는 이 미제사건에 매여 심리적 고통을 얼마나 겪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