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엄마가 없는 아이 - 일곱
풀꽃길
2004. 10. 21. 17:31
그런 시간들의 흐름 속에서도 난 더디게 사춘기를 맞았고,
사춘기는 나에게 반항의 정신(?)을 심어 주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반항을 넘어선
말없는 항명의 기회 선택을 내게 주었고 난 그 기회를 적절히 이용했었다.
‘수실사건’(진범인 줄 모를 때였다.)으로 나를 곤경에 처하게 했던 남동생 역시도
사춘기의 심오한(?) 갈등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잡혔다.
여름방학 때였다. 동생의 친구 중 기주란 이름의 아이가 있었는데,
어른들의 잣대로 재면 기주는 약간 빗나가려고 하는 아이였다.
친구이긴 하지만 여섯 살에 초등학교를 입학 한 동생보다는 두 살이나 더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 눈에서 엄청난 모험을 시도해 보려는 의도를 나는 읽었고,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마치 내게 있기라도 하는 듯
나는 어무이의 돈이 들어 있는 비밀금고(이불 속)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동생은 들어오지 않았고 그 다음날 또 다음날도...
어무이는 비밀금고 속에서 없어져 버린 돈과 며칠 째 얼굴을 보이지 않는
2 대 독자 아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훤히 아시면서도 전혀 내색조차 않으셨다.
-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