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는 아이 - 열 둘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라”
“어무이가 암이랍니더... 목 임파에....”온 집안이 뒤집어지는 사건이었다. 여기저기서 어무이 몰래 자식들은 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의사가 말이야... 어떻게 말야.. 본인한테 직접 ‘당신 암이요’ 그런 말을 해주는 거야....
나쁜 자식들...”
남동생은 눈물과 함께 애꿎은 의사들을 욕해댔다.
여기저기 인맥이 닿는데 마다 림프암에 대해 문의를 해대었고, 림프와 관련된 건 찾아서 프린터로 찍어내고... 서울 원자력병원까지 문의를 하고... 그런데 림프암이 원발지가 따로 있는 건지
림프자체가 원발지인지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문제들이, 막상 발 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보니 마치 ‘소금 뿌려 논 미꾸라지’ 형상으로 이리뛰고 저리뛰고 울고불고...
그 와중에, 눈물에 눈물을 더 보태는 이야기 하나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집안이 왜 침울해져 있는지... 엄마 아빠가 왜 우울한지 모르던 조카녀석들이
지네끼리 장난으로 소란스러워지자 아빠인 남동생이 아이들을 나무라면서 할머니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가...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 어쩌면 할머니가 우리와 오래함께 못하실지도 모른다. 우리곁을 떠나실런지도 모른다...”
그 한마디에 조금 철든 중학생인 조카녀석 둘이 ‘엉엉’ 울음바다가 되었다.
둘째 녀석이 한참을 울다가 제방으로 가더니 돈 만 이천 몇백원을 들고 나왔다. 녀석의 용돈이었다.
“아빠... 엄마... 저 용돈 안 주셔도 돼요... 이거요 제 용돈 남은 건데요...할머니 치료비에 보태 쓰세요. 우리 할머니 낫게 해주세요... 엉엉.. 저 할머니한테 서운하게 한 적 많아요. 할머니 말씀
잘 안들은 거도 ... 아빠... 이제 용돈 안 주셔도 돼요.. 할머니만 낫게 해주세요.... 엉엉....”
그순간 더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 muy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