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털에게 오더를 내리다.
"아..아빌요.~~~ 아빌주사요.~~ "
병원 응급실 들어서면서 닥털에게 환자인 내가 직접 오더를 내린다. 환각증세를 나타낼 수도 있는
주사약을 환자가 무조건 외쳐대니 의사는 이유도 모른 채'저건 뭐야..'표정이다.
기도협착으로 목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니 급한 상황이긴 한데, 그래도 일단 진찰은 받아야 된다고...
"진찰은 무슨요... 알러지..알러지..빨리 아빌이나 주사해주세요..."
"아빌 맞아 봤어요?"
'맞아 봤으니 약을 알지...에구..한 두 번 맞은 것두 아니라구요...' 말을하려 해도 숨이차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이쯤되면 아무 병원응급실이라도 호흡기를 꽂아주고 링거를 달고,일단 투명앰플의
아빌이 주사된다.(내 경험이다.)
그러구 한 20 여분 흐르면 차츰 숨도 골라지고 온몸의 통증도 약간 가라앉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닥털의 질문공세가 시작 된다.- 언제부터?
- 오래됐어!
- 어쨌길래 오늘은?
- 주로 먹는 걸로 그래.
- 오늘은 그럼 뭘 먹었지?
- 밤..말린 것 대 여섯개.
- 헉~! 그럼 면역검사는?
- 했지..마흔 다섯가진가 테스트 했는데, 서른 몇개가 체크 된대.
- 으... 심하네..그럼 치료는?
- 하다하다 나 혼자만의 약을 영국제약회사에서 만들어서 맞았어.
- 그러구도 계속?
- 한 2 년은 두드러기 정도로 완화됐지.
- 보통 알레르기 하면 피부에 두드러기로 나타나는데 ,그리고 기도가 좁아지는 거도 아는 증상인데왜 온몸 통증?
- 알러지도 별나게 한대. 내장기부터 항체가 이상반응을 일으킨대. 내장기가 부어서 부풀어오르는데 온 몸이 안 아퍼?
- 그럼 조심해야겠네.
- 그래 응급처치가 안쉬운 곳에서 이러면 목숨이 왔다갔다 한대.신기한 동물 만난 듯 알고싶은 것도 많은 자그마한 병원 응급실의 당직 닥털...
약효(?)로 인해 오고가는 말 중에도 스스르 눈 감기고 무의식으로 빠져든다.
두 어 시간 지나 제 정신 들면 또 다시 심문하듯 묻는다.
심심한 너슈(간호사) 몇 명도 침대 옆으로 몰린다.
- 지금까지 이상반응 일으킨 거 뭐뭐있지?
- 산나물 종류 거의다..쑥은 하고..쑥떡은 괜찮아, 말린밤도 하고..삶은 건 괜찮아,포도..씻고씻고 또 씻고해서 껍질 벗기고 먹으면 괜찮아, 상추, 깻잎..유기농이라고 파는
거도 풀물 배어 나올 만큼 씻구 식초물에 담그고 해서 먹으면 괜찮아..,유제품, 천지빼까리인
꽃가루들, 딸기..딸기는 거의 딸기 신선한 맛이 없어질 정도로 씻어서 식초물에 담궜다 먹으면
괜찮아.복숭아..참 밀감에는 심하게는 안해.
- 그래도 먹구 살았어. 여태.
- 육류나 해산물은?
- 육류는 별로 안 좋아해서 잘 안먹어. 신기하게 좋아하는 해산물은 이런 적이 없어.
- 대체 뭘 먹구 살어?영국서 만들어 온 백신을 맞을 때(1년 반 동안) 종합병원 담당교수와 진료중에 우스개를 했었다.
"선생님 쌀에는 없으니 다행이네요." 그랬더니 "쌀엔 있어도 밥에만 없으면 되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老교수는 그렇게 받으셨다. 그리고 "도전정신을 버려. 새로운 음식은 아예 안먹는 게
나아. 응급처치가 곤란한데선 정말 위험할 수 있으니깐..."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식욕을 자로
재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나... 얼마 전 또 해바라기 씨로 한 건을 했는데 우리동네 병원
응급실 닥털(인턴or 레지던트..너무 자주 바뀐다) 챠트 보더니 겁부터 먹는다. "아빌 맞고 괜찮아
지던가요? 오늘은이렇게 응급처치 하고 다니는종합병원으로...항원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으니.."
별로 안 싱싱한 탓에 매달 가는 종합병원... 담당의사진료 중 들러리 서있던 레지던트에게뭐라뭐라
혀꼬부러진 소리 몇마디 하더니 이것저것 검사비 명목으로 40만원이 넘게 청구 되었다.
빠르면 다음 수요일에 결과가 나온다니기다려야지....
(아마도 내 몸은 남들보다 더 많은 신비를 갖구 있나보다*^^*면역검사 결과가 기대(?) 된다.)
- myungs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