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당신도 그럴 때가...
풀꽃길
2005. 5. 30. 01:07
당신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다가 사람들이
애태우며 찾도록 하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별로 아프지도 않는데도
많이 아픈 척 하면서 어리광 피우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내 살아가는 이야기 하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아침에 출근하지 않고 늦잠을 자고
어두워질 때까지 음악만 듣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세상을 등지고 산 속에 들어가
오두막집 짓고 혼자 살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산에 올라가 참고 참던 말들
실컷 내지르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바람 부는 대로물결치는 대로
흔들리면서 살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밭을
요란한 발자국으로 어지럽히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가냘픈 촛불을
입으로 훅 불어 꺼 버리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휴대폰을 꺼버리고
아무 연락도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어떤 말로도
위로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서럽게 목 놓아
하염없이 울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어떤 노래를 들을 때
나도 저런 가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당신도 영화 주인공처럼
목숨 건 사랑을 하고 싶을 때가 있나요
당신도 달리는 자동차의 유리를 모두 내리고
한겨울 찬바람을 맞고 싶을 때가 있나요
나는 그렇습니다
-좋은생각 2000/2 월호 에서
- 이 글을 옮겨 놓았던 오년 전그날도오늘 같았을까...
초하의 계절이되었나 봅니다.
들판에 길섶에 개망초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곧 지천으로 피어 날 테지요.
노란 아우성을 품은 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