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CLOCK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내 유년의 그때처럼 산과 산들 위에푸른 물빛 유리판을 걸쳐놓은 듯도 했고
또 그 높고 낮음을 가늠할 수가 없어 어지럼증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때 뽀얗게 일어난 구름 한 무리가 지나며 하늘과 나의 경계를 일러주지 않았다면
목을 젖힌 채 뒤로 그대로 자빠졌을 것이리라.
우울했다.
가을살 타는 것 마저 무디어져 버린 허한 가슴을 안고
어디쯤 머문 가을에다 몸을 부비고 와야 이 허허로운 갈증을 가실 수 있을 것인가....
[진해 성흥사]
네비게이션에다 입력을 시키고 바보가 되어왼쪽 오른쪽 기계의 지시대로 길을 달린다.
너무 뻔~~히 아는 길인데 생각없는 짓을 하고 가는 길이다.
성흥사, 대장동 계곡, 용추폭포 그들을 어깨로 감싸고 있는 굴암산...
단지 그냥 그 곳으로 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성흥사를 찾아들어야 하는 초입, [김달진 문학관] 안내판이 마음을 잡는다.
저 번에는 일행이 있어 내 마음과 달리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성흥사 길을 제쳐두고 달리는 나를 기계가 쪼잘대며 나무란다.
[월하 김달진]
진해가 낳은 시인이다.
선생의 생가 주변을 돌면서 내 발길이 이리로 나를 이끌고 온 게 참 고마웠다.
생가 주변의 길들은 먼저 퇴색해버린 기억들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먼저 가신 아버지가 살아오시고유년의 내 모습이 골목을 서성이고 있었다.
- 금성사 라듸오...
- 이 라듸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퇴색해 버린기억 속에서 살아나 누군가의 귀에 들리리라
- 별들의 고향, 키보이스, 패티 김, 전영록, 최은희, 요절한 가수 차중락, 김지미(옥이엄마),
아.... 저 축음기 뒤에 가려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좋아했던 배우 장동휘가 주연이었던...)- 만화방 풍경... 아버지가 사다주신 [봉선이와 아나/권영섭]란 만화가 생각난다.
TV 가 귀했던 그 시절, 만화 몇 권 보면 TV 시청이 가능했더라....
- 진로소주의 변천사가... 다이아몬드 맥주도 있고 크라운 초창기 버젼도 있다.
"진로 한 잔이면 걱정도 없어~~♪ 진로 한 잔 하고 캬~~ ♬ 진로 파라다이스~♪"
"다이아 다이아 다이아맥주로~~~♬ "
당시의 CM Song이기억의 어느 갈피에서 잠자고 있다 살아난다.
- 아..사이다....보수사이다, 함동사이다, 칠성사이다...
기억이 야금야금 살아나고 눈 앞에 초등학교 소풍길이 열린다.
합동사이다 한 병 소풍보자기에넣어가던 그 기분은 하늘을 날 것 같았지.
뜨뜨미지근해진 탄산음료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니...
- 내 아버지가 태우시던 담배...
지금도 내 이름 불러심부름 보내실 듯 한데....
[김달진] 선생의 생가 주변을 돌며 눈물이 났다.
그렇게 가을의 우울증을 달래고 아버지를 만나고 어릴 적 내 모습을 만나고 했다.
누군가가 그립고 그래서 살부비고 싶으면 다시 이리로 달려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