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궁시렁궁시렁

풀꽃길 2007. 11. 8. 12:28

난 주 친구 딸아이의 결혼식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내 애마에 함께 한 친구들을 제각기 원하는 곳까지 태워주고 오는 길이었다.

그 길에 달려있는 속도감시용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난 내리막 길을 신나게 내리꽂는데

지나는 반대편의 차들이하이라이트를 막 깜박였다.

(좀 품위(?) 있는 말로 쌍라이트를 쳐댔다.)

- 뭐지? 음주단속? 뭔가 있긴 한 거 같은데....

브레이크에 발을 올렸지만상황을 수습하기엔 때가 늦어버렸다.

이동식카메라..

- 예쁘게 찍어 주이소~~

주문도 넣기 전에 시속 80 킬로 가까이에서 그만 찰칵 한것 같았다.

60 킬로 도로인데...음..

언젠가 킬킬거리며 읽었던 이야기 한토막이 생각났다.

* 아버지 (고지서 한 장을 들고) - 이 나쁜자식.. 이동식이란 놈이 내 과속한 걸 몰래 숨어 찍어

경찰에다 신고를 했구먼... 대체 어디 사는 자식이야.

아버지의 분노를 지켜보던 아들이 아버지의 손에 든 종이를 받아들고 보니

경찰의 이동식카메라에 잡힌 거 였다나.

아- 그 이동식카메라에 내가 잡힌 거였다.

그러니까 어제 60 킬로 도로에서 76 킬로로 달렸다고 이동식이가 나한테

돈 30,000 원만 내라기에, 가까운경찰지구대 가서 은행납부용 고지서를 받아다

입금시키고 나니 분명 내 잘못이긴 하지만 왜 그 돈이 그리 아깝던지....

기분도 별로고 해서 '애마 목욕이나 시키자' 하고 찾아간 셀프세차장

500 원 짜리 동전 몇 개로 거품샤워까지 시키고 깨끗이 행궈 세차장에서

준비해 놓은 마른걸레로 물기를 닦는데

- 오 마이 갓~~!

마치 티슈 같이 마른 포풀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오히려 까만 몸에 뽀얗게 분칠 같이 되어버렸으니...

그래도 대충 닦고 내가 가진 수건으로 다시 닦아야지 하는데

이 번엔 누군가가 옆에서 발바닥 매트를 탁~탁~ 털고 있다.

허걱...흙먼지가 본닛 위에 마치 송화가루 처럼 앉아버렸다.

- 아저씨, 이게 뭐예요? 아직 물기도 다 안닦인 차 옆에서... 이 흙먼지 어떡해요?

혈압이 상승했다.그런데 주먹에 힘(?)까지 들어가게 하는 이 남자의 말,

- 까만차는 원래 먼지 타게 되어 있어요. 까만차를 우째 깨끗하게 해가꼬 탈라캅니꺼?

마르몬 터이소~

- 아저씨~~잇~! 지금 여기에 왁스 칠 할 수 있겠어요? *!-!*^&@#^@!

그냥 차 몰고는 집으로 와 물걸레질 다시하고 반질반질 닦고나니 한결 마음이 개운해지긴 했는데....

어지간해서 화 낼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곧 잘 듣는 편인데도 한 해에 한 두 번은 쯤은이런 날이 생기기도 한다.

어저께는 부글거리던 속이 하루 밤 지나고 나니 그 상황만 기억되지 언제 그랬냐 싶게지금은 평온하다.

얼마 남지않은 가을시간더 여유롭게 평온하게 보내야지 이제 나이가 몇 갠데...

*** 나도 가끔은 화 낼 줄 안다.



- 영남알프스군 중의 하나인 재약산 가을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