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만추의 주산지

풀꽃길 2007. 11. 16. 23:15

행이란 계획하고 지도를 펼치고 지도위로 난 길들을

미리 따라가본 후 나서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여행은 참 뜬금없이잘나서는 길이 된다.

`떠남` 을 그리면 항상 먼저 가야할 곳은 강원도 태백 언저리였다.

원덕 삼거리 그 작은 슈퍼에서 따끈한 즉석 도시락을 사서

신리로 들어서다 계곡 물길 옆에서먹고는

신리재 고갯마루에서 뉘엿대는 해를 바라다보는그 느낌과

눈 아래 내려다 보이는 시커멓던작은 도시가 그저 좋았기에...

태백 가는 길 또 하나,

죽서루에서 시작되는 오십천 길을 따라 거슬러가는 길도 좋아한다.

구비구비 모롱이 몇 돌 때마다 달라지던 물빛.

희뿌옇게 돌가루를 풀어안고 흐르던 물길은

또 어느새 시커먼 석탄가루를 풀어 흘렀다.

산비탈 된비알에 심겨진 배추며 무.

어느 핸가 가을에 그 된비알을 올라 청무 하나 뽑아 먹었던 적도 있었다.

한적한 길바닥에 누우면 산들이 가슴 속으로 마구 쏟아져와 들어박힐 것 같던

그 짜릿함과 두려움...

먼 후일 나 이 땅을 떠나 참으로 먼 길 여행자가 되거든

그 여행의 시작은 태백으로부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록 허허로이 공중을 떠돌 여행일지라도 말이다.

얼마만인가.

주왕산 자락에 오롯이 자리한 주산지를 찾았다.

그 고요하던 주변이 장사치들로 난장이 되어버렸고

주산지 물 속에 정강이 까지 담그고 있는 왕버들의 형색들은 초췌해져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왕버들을 보니안타깝기가 그지 없다.

보호를 하느라고통나무 울을 쳐두었는데도굳이말 안듣는 인간이 있나보다.

물가로 내려가는 길이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몇 해 전 보았던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 영화 속에서 만난 주산지도 이렇진 않았는데....





- 주산지 가는 길...

잎을 거의 떨군 낙엽송이 길과 나란히 섰다.


















- 만추의 주산지 모습이다.

새벽녘이면 수면 위로 피어 오르는 안개가왕버들의 허리께를

휘감아 도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다 했다.

그 광경을 담으러 전국에서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주왕산 자락의 주산지...

후일 먼 길 여행자로서

두 번째의 출발지를 잡으라면 태백 다음으로주왕산 자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