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주산지
여행이란 계획하고 지도를 펼치고 지도위로 난 길들을
미리 따라가본 후 나서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여행은 참 뜬금없이잘나서는 길이 된다.
`떠남` 을 그리면 항상 먼저 가야할 곳은 강원도 태백 언저리였다.
원덕 삼거리 그 작은 슈퍼에서 따끈한 즉석 도시락을 사서
신리로 들어서다 계곡 물길 옆에서먹고는
신리재 고갯마루에서 뉘엿대는 해를 바라다보는그 느낌과
눈 아래 내려다 보이는 시커멓던작은 도시가 그저 좋았기에...
태백 가는 길 또 하나,
죽서루에서 시작되는 오십천 길을 따라 거슬러가는 길도 좋아한다.
구비구비 모롱이 몇 돌 때마다 달라지던 물빛.
희뿌옇게 돌가루를 풀어안고 흐르던 물길은
또 어느새 시커먼 석탄가루를 풀어 흘렀다.
산비탈 된비알에 심겨진 배추며 무.
어느 핸가 가을에 그 된비알을 올라 청무 하나 뽑아 먹었던 적도 있었다.
한적한 길바닥에 누우면 산들이 가슴 속으로 마구 쏟아져와 들어박힐 것 같던
그 짜릿함과 두려움...
먼 후일 나 이 땅을 떠나 참으로 먼 길 여행자가 되거든
그 여행의 시작은 태백으로부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록 허허로이 공중을 떠돌 여행일지라도 말이다.
얼마만인가.
주왕산 자락에 오롯이 자리한 주산지를 찾았다.
그 고요하던 주변이 장사치들로 난장이 되어버렸고
주산지 물 속에 정강이 까지 담그고 있는 왕버들의 형색들은 초췌해져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왕버들을 보니안타깝기가 그지 없다.
보호를 하느라고통나무 울을 쳐두었는데도굳이말 안듣는 인간이 있나보다.
물가로 내려가는 길이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몇 해 전 보았던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 영화 속에서 만난 주산지도 이렇진 않았는데....
- 주산지 가는 길...
잎을 거의 떨군 낙엽송이 길과 나란히 섰다.
- 만추의 주산지 모습이다.
새벽녘이면 수면 위로 피어 오르는 안개가왕버들의 허리께를
휘감아 도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다 했다.
그 광경을 담으러 전국에서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주왕산 자락의 주산지...
후일 먼 길 여행자로서
두 번째의 출발지를 잡으라면 태백 다음으로주왕산 자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