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사랑
거의 그렇게 14, 5 년 가까이 되어가나 보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시공사』를 읽었던 게.
그 책을 읽던 날을 난 잊을 수가 없다.
시외버스 안에서 그 책을 펼쳤는데
처음몇 장을 넘길 때엔그저 눈감고 장면을 연상해 그리면
가슴 한 켠에 싸아한 바람이 일어 눈시울이 붉어지는 정도로 시작했는데
페이지를 넘길 수록 읽기보다 덮는 회수가 더 많아졌고
옆자리 사람을 의식하고 있어도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었다.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나흘간의 사랑.
글 몇 줄에 눈도 가슴도 다 묶여 눈물 외에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당신을 발견한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소
우리는 우주의 먼지 두 조각처럼 서로에게 빛을 던졌던 것 같소
신이라고 해도 좋고 우주자체라고 해도 좋소
그 무엇이든 조화와 질서를 이루는 위대한 구조하에서는
지상의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광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보면 나흘이든 4억 광년이든 별 차이가 없을거요
그 점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려고 애쓴다오하지만 결국 나도 사람이오 그리고 아무리 철학적인 이성을 끌어대도
매일 매순간 당신을 원하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소
자비심도 없이 시간이 당신과 함께 보낼수 없는 시간의
통곡 소리가 내 머리 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있소
당신을 사랑하오 깊이 완벽하게 그리고 언제나 그럴 것이오
-마지막 카우보이 로버트 -
할 이야기가 있소. 한가지만...
다시는 이야기 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 속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 [로버트 킨케이드]
나흘 동안 그는 내게 인생을, 우주를 주었고
조각난 내 부분들을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 주었어.
나는 한 순간도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춘 적이 없단다.
그가 내 의식 속에 있지 않을 때도.
나는 어디선가 그를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사랑은 예정 된 것이 아니다.
그는 떠났어도 감정은 변할 수 없는 것
만약 그와 떠났더라면
그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누구에게 말할 수 있었을까
-------- [프란체스카]
책을 읽고 한 두해 지나 영화가 되어 나왔다.
어떤 책이든 영화가 되어 나오면 '이 영화를 볼 것이냐 말 것이냐.' 갈등하다
보아야겠다고 마음 먹고 막상 극장 앞에서면 다시 망설여지곤 했다.
책으로 받은 감동이나 감흥을 영상표현력이 제대로 다 살려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였다.
킨케이드 역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프란체스카 역엔 메릴 스트립이맡았다.
[황야의 무법자]가 심어 준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킨 게이트는 조금은 무게감이 있고 중후한 멋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과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하면서도 결국 영화를 보았다.
책이 아닌 영화를 보면서도 울고 또 울었다. 사랑이 눈물을 원했기에.....
오랜 시간이 흘렀다.
충북 제천으로 가는 국도.
죽령을 옛길로 넘고 충주호반을 향해 가는 길에 "흡~" 하고숨멎을 것 같이
멋진 다리 하나를 만났다.
빨간지붕도 없는 그 다리, 중앙선 철교를 보고 지른 소리가
"야~ 메디슨 카운티 다리~~" 였다.
실제와 닮은꼴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그 후로 내 가슴엔 항상 '메디슨카운티 다리'로 기억 되었다.
다리의 위치를 묻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킨케이드도 없고
다리 난간에 놓아두는 사랑의 편지는 없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