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기는 마찬가지
하루 일상 중, 잠시 두어 시간의 짬이라도 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야트막한 동산이라도 올라야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제는 오후의토막시간을 함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산에 가자." 였습니다.
엄광산.
구덕산과 구봉산 능선들로 이어지는 자리에 엄광산도 있습니다.
들머리를 구덕터널 오른쪽 부산시립정신병원이 있는 길로 올라
꽃동네를 지나고 내원정사도 지나 산오름에서 만난 표지판엔
`정상 1. 1KM`로 적혀 있었습니다.
사실, "1. 1KM 야 조족지혈(?) 이다." 하고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길을
따라 걸었답니다. 걷다보니"무슨 1.1 KM 가 이리 한참가냐..." 는
생각이 들 즈음에 만난 표지판엔 지나온 내원정사가되돌아 1.5 KM 를
가야 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애당초 오르려고 했던 길이 아니었던 거지요.
다시 길을 잡아 길도 아닌, 왼쪽으로 비탈을 올랐습니다.
너덜겅도 지나고 호박돌을 밟아 오르면서 수북히 쌓인 갈잎을 밟고
미끄러지기도 하고 낙엽 크레파스(?)에 빠지는 낭패도 겪으면서올랐습니다.
엄광산은 조망권이 좋아부산시내가 막힘없이 트여 있었습니다.
얼마 전 까지 다리상판공사가 한창이던 남항대교가 상판이 다 이어져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영도의 봉래산, 송도, 천마산, 뒤돌아서면 백양산, 그 뒤로금정산
고당봉이,서쪽으로는 저 멀리 김해의 신어산, 또 옆으로 돌면 황령산, 행경산,
광안대교, 해운대 장산에 한 눈에다 들어왔습니다.
구봉산 능선 너머로 보이는 남항대교.
내원정사 옆을 지나치다 12 월에 핀 개나리를 보았습니다.
철없는개나리의 노란웃음이 겨울바람에 애처로이새들새들 얼어가고 있었습니다.
504 M 엄광산 정상에서 각도가 많이 기울어진 해를 잡고 그림자 놀이를 했습니다.
막대 위에 다리를 올려 놓은 키다리 삐에로 모습이 되었습니다.
전 오른손에 카메라 들고 친구와 나란히 한 그림자를 찍고있는 순간입니다.
1.1KM, 얕잡아 보았던 그 길을 애돌면서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초과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뒷동산 오르는 맘으로 가볍게..."로 시작한 산행은 3시간 30 분이 걸렸지요.
산행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비해 표지판이 제대로 없어 애돌았지만
거의 8 KM 를 걸었으니 하루 만보걸음을 한 걸로위안을 삼았습니다.
하산길은 차를 두고 간 구덕터널위로 다시 돌아왔답니다.
인생길도 다를 바 없을 것 같습니다.
겸손을 잊고오만해지면, 휘휘 애도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다시금 이 어리석은 자에게 준 하루였습니다.
대금연주곡/ 산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