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한바탕 웃다.

풀꽃길 2008. 1. 4. 01:38

얼마 전 컴퓨터가 돌퓨터가 되어 버린 적이 있었다.

밤 늦은 시간까지 잘 가지고 놀았(?)는데 아침에 부팅을 시키니

[하드에러] 메세지가 뜨고 윈도창은 깜깜이다.

몇 번의 리부팅도 소용없어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보내면서 컴닥터에게

"제발 하드 좀 잘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었는데

컴 하드가 두 개 인데다 파디션까지 잡아 분할을 해뒀더니

이것저것 다 살리기가 제대로 안되었나 보다.

며칠 지나 폴더랑 파일이랑 하나씩 챙기다 보니

"허걱~!!! 우째 이런 일이..."

사진도 하드 하나에 들었던 것[산행사진]만살았고,여행사진이나가족, 기타 등등의

사진들은깨끗이 사라지고 없다. 1,000 여 곡이나 되는mp3 파일도....

"혹시 어느 갈피에 들었을지도 몰라."

하는 간절함으로 시작프로그램에서 검색창을 띄워 폴더 파일 찾기를 해도 없다.

사라진 것에 대한 미련으로 끙끙대다

"참 텍스트 파일...!" "오~! 맙소사... 이 건 아니잖아..."

시도때도 없이 주절거려 놓았던 글들이 단 한 자의 흔적도안남기고다 사라지고 없다.

감정이나 감성에 잡혔을 때를 놓지고 나면 다시 나오지 않는 게 글인데....

한 이틀을 사라진 글과 사진 땜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오늘 저녁나절

"어쩌면..."이란 희망이 번쩍~ 머리를 스쳤다.

그리하여 찾아 든 한 포털싸이트의 까마득히 오래 전의 내 홈페이지.

PC 통신이 사라지면서 갖게 되었던 가상의첫 집.(지금은 창고로..)

아쉬운대로 그곳에 있는 텍스트들을 긁어 모으고 사진들을 다운받고 했다.

한글파일로 저장하는 작업을 저녁내내 하다 지쳐 갈 즈음에

그 곳에 어느 님이 적어 두신 글 하나를 보고는너무 재미있어 쿡쿡대며 웃다가

혼자 웃기보다 같이 웃자 싶어 여기다가 옮겨 본다.



IP : 글 작성 시각 : 2001.02.23 21:35:36

- 음주운전자의 글

안녕하세요...비가 내리는걸 보니 봄인가봐요~~

제가 글 솜씨가 없어서요..좀 도와주세요?

음주운전으로 적발 되었는데

경찰서에 반성문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용은: 1.음주운전에 대한 반성,용서(동정심 유발)빈다..

2.앞으로 음주운전은 않겠다는 애원형..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해결책으로 올려 준 글

이런...

반성문도 학창시절에 이력이 있던 분들이면 멋지게 쓸 수 있을텐데...

= 내 정신이 아니었네요. 평소의 지는 안 그래유~ 근데 잡히고 보니(?)

너무 잘못 했네유~~ 알콜섭취로 인해 순간, 지성과 양심을 상실한 인간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유~~~ 암만 세상살이가 힘들다 해도 운전자가

술을 마신 채 운전대에 앉아선 절대루 안되지여...

제가 큰 실수를 했구먼요. 처벌을 달게 받겠구만유~~~

지가 뭔 할 말이 있겠시유....

(동정심 유발이 가능할런지...하하)

= 맹세코 앞으로는 절대루 술마시고 운전 안할거네유...

하늘 땅을 걸고 맹세하겠시유~~ 두번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 것이니

선처를 부탁드리는구먼유...

참말로 내가 잘못했구만요~~~ 정말 선처를 부탁드리는구먼유~~

(애원형은 영 아닌 거 같네요...하하)

* 님은 힘든 상황에 있는데 저는 님의 글로 인해 웃음 한 번 크게 웃었습니다.

해결책이 아닌, 순전히 장난질이 되어 있는해결책(?)이었습니다.

글을 옮기며 한 번 웃고나니, 며칠 끙끙대던 스트레스도

사라진 글과 사진처럼 그냥 가벼이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최지연/ 하얀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