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지리산을 넘다

풀꽃길 2008. 1. 4. 23:42

해 전 여름여행 때.

보성녹차밭을 거치고, 낙안읍성을 들러 구례로 나가는 길에 18 번 국도를 타게 되었다.

18 번 국도변을 따라 섰던 우람한 나무들의 행렬을 나무상식에 문외한이었던 난 [삼나무]일 거라고 했다.

아마 보성차밭으로 들어가는 길에 서있던 삼나무를 인상 깊게 보아서그랬는지도 모른다.

차들도 뜸뜸이 지나다니는 그 도로에 퍼질고 앉아[삼나무가 있는 길]이라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나무이름이 [메타세콰이어]라는 건 한참을 지나고 나서였다.

이번 여행길에서 다시 그 길을 찾고 싶었지만 구례 광의를 지나 지리산을 넘어가려니

시간이 그리녹녹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네비게이션을 길잡이로 세워 구례까지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해 단걸음으로 달렸다.

구례군 광의면.

이제골짜기마다 민족의 아픈역사를 품고 의연히 서있는 어머니의 산,지리산을 오를 것이다.

`백두산이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타고 흘러내려와맺힌 산`이라하여 가진 또 다른 이름 두류산.

"언젠가는 두 발로 걸어 도전하리라." 가슴에 품고 있는 산.

몇 해 전 여름여행 땐, 성삼재에 차를 두고 노고단을 맨발로 오르다 맑던 하늘에

비안개가 일어 오름을 감싸 휘돌고 바람마저 심해져 그냥 내려오고 말았던...

광의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초입에 만나는 천은사.

천은사 앞 가득 물을 담고 있는 천은제(저수지)를 건네주는 수홍루의 교각이

지금은 화강암으로 되었는데 처음 천은사를 찾았을 땐 나무교각이었다.




수홍루에서 바라본 저수지 천은제다.


사찰을 찾으면단청이 있는 전각보다 음전하고 순박해 보이는 요사채 전각에 마음이 더 앗긴다.

회승당.

회승당 마루 끝에 정조 때 봉안 된 자그마한 범종이 있는데 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총알구멍이 보인다.

고요한산사의 범종도 한국전쟁의 상채기를 온몸으로 안고 있음이니...

천은사를 나와 지리산을 오르는 길 모롱이마다 [1 단 기어사용]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워낙 심한 각도의 커브길이고 보니 안전을 위해 저단운전하라는 거다.

2 단으로 기어를 넣고 살금살금 오르는 길 양옆으로 눈이 쌓였다.

시암재 주차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거의 18 여 년 전,지리산 종단도로가 생기고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때였을까?

시암재에서 광의 쪽을 내려다 보면 시야가 탁 트여 올라온 도로가 훤히 보였는데

지금은 나무들이 자라 시야확보가 어려웠다.

시암재에서 다시 성삼재성삼재에서도 잠시 멈춰, 산능선의 파도를 즐기려 했지만

하늘이 호락호락 그 광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리산 눈길위의애마, 번호는 그림판에서 스프레이로 대충 쓰윽~ 했다.




남원과 함양의 갈림길.

이 길을 타고 남원으로 넘어가면 정령치를 올라 넘어간다.

내린 눈으로 길이 통제 되어 있었다.

언젠가 한 해 겨울 남원 한 콘도에서 쉬었다가 `지리산을 넘자`하고 왔을 때도

눈으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어 되돌아갔던 기억이 도로통제 표지판을 보니새삼 떠올랐다.

이렇게 남도여행길은 지리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치형/지리산을 그대로 놔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