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빗속 숲길을 걷다

풀꽃길 2008. 6. 29. 13:51

개산행이 약속된 날, 아침부터 빗줄기가 굵다.

굴암산 662미터를 이 빗속에 오를 것이란 말인가..

이미 두 번 오른 적이 있는 산이라 할딱이며 올라야 될 산의 속내가 그려진다.

약속장소인 김해 장유 신안계곡 입구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아침 9시 30분이 되려면

30여분이나 남았다.

시간이 가까워지자한 사람,두 사람, 세 사람...

비 땜에 산행을 포기한 사람이 몇 되고 아홉 명이 전원이 되어 산오르기가 시작 되었다.

신안계곡 물길을 가로질러유월의 풍성한 숲에 내리는 빗방울의 연주와 빗물로 불어나

힘차게 구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10여분올라 만난 갈림길.



(지난 겨울에 올랐을 때 찍었던 이미지다.)

굴암산 정상2.4km 길을 택해 오른다.

굵은 빗방울로 사진 하나 얻기도 힘든 상태다.

내륙의 산들은 들머리가 이미 상당한 고도에 위치해 있는데 굴암산은해발 시작점과

차이를 크게 하지 않아 662m라 해도 내륙의 800m나 엇비슷하지 않을까.

굴암산은 거의 정상까지 차오르는 산이라고 해도지나친 표현은아니다. 계속되는 된비알이다.



(우의로, 고어텍스 점퍼로 무장을 하고 숲 속 더 깊은 곳으로....)

우의는 비가림은 해주는 대신 확실한 땀복 역할을 해, 비로 젖는 게 아니라

땀으로 몸이 흠씬 다 젖는다.

겨우 아홉의 식구도 선두와 후미가 갈라진다.

어쩌다 보니 선두에 굴암산을 올랐던 사람이 나 혼자다.

일행들쌕쌕대며 오른 한참 후 얼마나 남았느냐 묻는다.

"이제 2/3 정도...아직 1/3은 더..."

비안개로 숲이 자욱하다.

경사진 길을 나무계단으로 보수를 해두었는데 계단에 채워진 흙들이

다져진 상태가 아니라 밟으면 발이 빠진다. 그러니 미끄럽기는 얼마나 심한지...

숲에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드디어 밟은 마루금.

뒤따라 오는 식구들을 기다렸다가 정상 400m 못미쳐 만들어진 전망쉼터 정자에서

각자의 배낭에 든먹거리를 내어 나눠 먹었다.



우의가 거추장스러워 벗었더니 비바람에 대번에 한기가 든다.

다시 끼어 입고 선 채로 이것저것 집어먹고 다시 400m를 걸어 드디어 굴암산 정상 662m.

빗속의 여인이 되어 오른 산정상에서 기념 한 컷은 남겨야지.

그러고 보니 정상석에서 3번째의 사진이 된다. 세 번 올라 세 번 다 사진을 남겼으니.....





맑은 날은 진해바다도 보이고 천자봉, 시루봉도 한 눈에 들고성흥사도 다 들어 올텐데,

비안개로 정상부까지 뿌옇게 흐려 천지가 감감이다.

가까이 화산, 불모산 마저도그 흔적을 다 감추었다.



(07년 7월에 올랐을 때 찍었던 이미지)

하산길...

신안마을 쪽으로 하산길을 택했다.

2.3km의 쏟아지는 내리막길을 미끄러지지 않으려 다리에 온 힘을 모으고 조심조심...

그래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이 생긴다.

초록이 짙은 숲으로"쏴~~아" 쏟아지는 빗소리

우의와는 상관없이 젖어버린 몸

내리막길 여기저기에 홈을 내어, 좁은 도랑을 만들며 흐르는 물길에다

발을 딛고 첨벙대며 걷다보니 이미 등산화 속까지물이 들어 더 무게가 느껴진다.

"아- 언제 이렇게 마음 놓고 비를 맞아 봤을까...."

"유년에... 철없던 그 때...그리고청춘의 때, 사랑으로아파했던 그 때......

그리고 오늘..."

한껏 비를 맞으며 내려 온 하산길의 끝... 계곡의 물길에 덤벙덤벙 들어가

흙진탕인 바짓가랑이도 등산화도 씻었다.

비내리는 숲 속과 그 숲에 내려앉아쉬고있는 비안개....환상이었다.

여름날 우중산행....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또 시도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