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찾다

풀꽃길 2011. 10. 4. 20:11

- 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흰머리칼 바람에 흩날리며 일흔 둘의 여인이선생의 시 `옛날의 그 집`을 낭송한다.

바위에 새겨진 선생의 시를 따라 가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칠순의 학우와 함께 박경리 선생의 유택을 찾았다.

두어해 전 찾았을 땐, 선생을 모신지 얼마되지 않은 때라,공사로 어수선 했던 주변이

말끔히 가꾸어져 있다.


묘소 들머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이다.


묘소로 가는 길


묘소로 가는 길 곁에 선시비들의 시를 읽는다.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릅답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물질로 가득차 있습니다.

피동적인 것은 물질의 속성이요,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속성입니다. -

`마지막 산문 ` 중에서

적당히 피동적 생활에 안주 하려는 나를 돌아 보게 하는 글이다.

생명이고 싶다. 생명이어야 한다.


스물 다섯꽃 같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 보내고 산 긴 세월 이제는 편안히 영면에 드셨다.

- 빈 창고 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 붙이고 살았다

..................................................................

책상 하나 원고지,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


유택에서 바라 본 아래로 통영의 바다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있다


묘소 아래 기념관에는 원주에 있던 선생의 서재를 그대로 재현 해 두었다.



토지

소설 속의 풍경들과 드라마 속의 풍경, 그리고 악양 평사리의 풍경들이 하나가 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참 잘 다녀왔다.

- 피동적인 것은 물질의 속성이요,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속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