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다

빗 속 나들이

풀꽃길 2009. 5. 17. 23:14

봄가뭄 끝에 촉촉히 비가 내린다.

단비로 인해 푸름은 더 차오르고 들판은 곧 모내기로 바빠질 게다.

이르게 찾아든초여름 무더위의 바람이 잠자고

푸릇한 향기가 집안까지 젖어드는 것 같은 아침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시낭송가로 활동 중인학우다.

점심을 같이 하자 한다.

나들이 준비를 해들깨 수제비 집 `한결 같은 마음`으로 간다.

구수한 들깨 수제비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 이 비오는 날 수제비로만 되랴.

낙동강이 흐르는 곳에자리한 찻집 `시인과 나`로...

`시인과 나`에 가는 길은 안단테의 길이다.

느리게..느리게...하류의 강물보다 더 느리게...

경부선의 물금역을 끼고 들 가운데로 난 좁은 길.

벚꽃 지고 없는 길을 하롱하롱 꽃비 맞으며 걷는 것 처럼 느리게 느리게...



붉은 오미자 찻잔을 들고본 창 밖.

창틀에 쥐손이풀(풍로초)이 피었다.



찻잔을 비우는 사이창 밖 경부선 철로엔몇 차례기차가 오가고....



머리 위의 등도 꽃이 되어 피어난다.



찻잔을 비우고

스쳐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흔적들을읽고

사소한 이야기들로 꽃을 엮고 하는 동안에도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은 늙어가는 나이에도 촉촉히 윤기가 흐른다.